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때 아이들이 부모를 결정한다는 흥미로운 문구를 보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는 내용들만 가득할 것 같았던 책 표지와는 달리 진지란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부모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됨과 동시에 주인공인 제누의 성격과 나의 성격을 비교하며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어 좋았습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페인트란 부모 면접(Parent's Interview)의 은어로 이들을 교육하는 '네이션스 센터 (NC센터) 소속의 아이들이 자주 쓰는 말입니다.
미래에 아이들을 낳아 기르기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갑니다. 정부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지원책을 펼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아이를 키우지 않으려고 합니다. 정부는 결국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되는데 단순히 양육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직접 아이들을 데려와 키운다는 말이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낳았는데 자신들이 키우기를 원하지 않을 경우, 정부에서 그 아이를 데려와 직접 양육하는 제도가 되었습니다.
부모가 없는 영유아나 청소년들을 보살피는 NC 센터에서는 페인트를 통해 훌륭한 부모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런 아이들은 국가에서 키우는 아이들이라며, '네이션스 어린이'이라 불리고, 정부에서는 이들을 교육하는 '네이션스 센터'를 만들게 됩니다. 그곳에서 국가가 나서 아이들을 길러줍니다. 네이션스 센터는 아이들의 공부부터 건강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관리합니다. 그러다 아이가 13살이 되면, 그때부터 아이는 부모 면적을 볼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며 청소년들이 면접을 통해 자기 부모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아이들의 센터에 있을 수 있는 나이는 19살까지였습니다. 19살까지 부모를 만나지 못하면, 스무 살에는 센터에서 나와 자립을 해야만 했습니다. 센터에서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홀로 사회에 나온 아이들은 'ID카드에 NC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남게 됩니다.
주인공인 제누는 센터에게 제안해 주는 페인트들을 들어오는 족족 다 거절하곤 했습니다. 태어나기 전 아빠를 고르는 내용을 중심으로 두고 있는 책 ' 아빠 고르기'의 주인공이 아빠를 고르는데 굉장히 즐거워했던 것과 넘 상반된 상황이었습니다.
제누가 자신의 친한 동생 아키에에게 좋은 부모님과 면접을 볼 기회를 넘겨주었을 때는 좋은 부모님을 만날 기회를 놓친 제 누가 걱정됨과 동시에 더 좋은 것을 동생 아키에게 넘겨주려고 하는 생각이 의젓하고 성숙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제누는 어느 날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한 부부를 만나게 되고, 너무 솔직하고 부족한 점이 많은 이 부부에게 마음이 끌리게 됩니다. 제누는 이 세상 어떤 부모도 완벽할 수 없다며 이 부부와 부모 면적을 이어 나가게 됩니다.
우리는 흔히 '결혼할 준비가 되면 결혼하겠다고' 하고 '아이를 가질 준비가 되면 아이를 낳겠다고' 하고 '부모가 될 준비를 완벽하게 하겠다'라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아이를 가졌다고 아이를 낳았다고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성장해 나가며 '부모가'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완벽하게 준비된 부모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으로 이루려는 사람들이 나를 포함해 주변에 너무 많습니다.
제누를 찾아온 젊은 부부인 하나는 그녀의 엄마가 자신이 가보지 못한 세계의 수많은 나라들을 자식인 하나가 볼 수 있도록 하나가 외교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다양한 외국어 공부에 시켰는데 이런 모습은 현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으로 이루기 위해 부모는 자식에게 많은 것을 강요하게 됩니다. 당연히 아이들은 숨이 막히고, 조금이라도 실패하면 안 되는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요즘은 자녀가 청소년기를 벗어나 성인이 되어도, 부모가 자녀에게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의 대화가 점점 줄어들고,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면 부모와 자녀 사이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에서 하나는 제누에게 부모가 아닌 친구가 되어주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이 대화를 읽으면서 자식과 부모가 친구가 되어 보면 어떨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이가 아주 어릴 때는 일방적인 부모의 지원과 교육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은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면서 자신만의 가치관과 삶의 태도를 갖게 됩니다. 부모가 보기에 자식은 어린아이처럼 보일지 몰라도 때로는 부모보다 자식들이 더 나은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고, 더 깊은 생각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니 친구가 되어 함께 성숙해 나갈 수 있는 관계가 된다면 나이가 들면서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부모를 만나지 못해 NC 센터를 떠나게 된 아이들이 NC 센터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어떻게 살아야 하게 될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선 중간중간 편견과 억압에 둘러싸인 우리 사회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VT 게임 도중, 제누에게 신분을 물어보는 장면이 있는데요. 제누는 나는 그냥 나라고 말하며 도망갑니다. 신분을 알아야 서로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건 아닌데 말입니다.
부모를 선택하지 않은 제누는 당당한 태도와 마음으로 사회에서 받을 차별과 멸시를 잘 막아내며 묵묵히 잘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제누가 NC 센터에서 독립한 이후의 이야기도 궁금해지기 위해 시작하였습니다.
국어사전에서 내린 부모의 정의에 따르면, 부모는 '집에서 어린아이를 돌보아 주는 사람이다'라고 나옵니다.
그러나 이 책이 담고 있는 부모의 의미는 국어사전이 담고 있는 사전적인 의미보다는 더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엄지손톱만 한 두께 분량의 얇은 책이었지만 좋은 어른이 되기를 원하신다면, 좋은 부모가 이 되고 싶은 청소년이라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으며, 부모도 부모가 처음이니 서툴고 실수가 잦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소중한 의미를 품고 있는 책이어서 읽는 내내 행복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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